사실 난 어려서부터 아파트에서 살았었는데 처녀적엔 강아지를 주욱 끌고 아파트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응아와 쉬를 누이는 걸 보고 별로 안 좋게 생각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강아지 응아가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는 걸 보면서 '앗! 저 똥 밟으면 재수 좋은데!' 라는 생각보다는 '으악...똥이닷.. 우띠 재수 없어라...'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왕이다라고..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하니 얼마나 좋아 하면서 쯧쯧 거렸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내가 이제 강아지를 키워보니 왕은 커녕 눈치보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 있는 집에서는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래서 하진과 강아지(그것도 두마리나.)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내게 보내곤 한다...
그래서 환한 대낮엔 산책하기가 조금 쑥스럽기도 하다..
내 낯짝이 많이 두꺼워 지긴 했지만 아직은 내가 주위를 의식하는 것 같다...그래서 주로 산책은 오후 한 5시나 6시쯤..어둑해질 무렵 하게 된다..
그리고 응아 치울 거리를 준비해가지만 사람들은 혹시나 우리집 강아지들이 대변이라도 눌까봐 무슨 전염병 환자마냥 그런 시선으로 보는데 솔직히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눈치보고 사는게 지금 실정이다...
오늘은 아파트 방송에서 경비아저씨의 구수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내용인즉, 강아지를 키우는 세대는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에 응아나 쉬를 못하게끔 주인들이 각별히 신경쓰라는 것 ..그리고 새벽이나 밤에 짖지 못하게 조심시키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하긴 아파트라는 곳은 공동체 생활인데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들은 옆집, 윗집 소리가 다 들리는 허술하기 그지 없는 비닐하우스 같은 곳이라 강아지 짖는 소리가 얼마나 거슬릴까 싶기도 하다...
나도 그래서 노심초사 짖지 못하게 막 혼내는데 이녀석들의 본능을 혼낸다고 되는게 아닌지라 난감할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강아지를 키우니 정말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인 아파트에서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긴 하다..
그렇다고 우리 형편에 넓은 정원이 딸린 집으로 이사갈수도 없는 상황이고..(하긴 난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좋다..)
항상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조심 키울수 밖에
그런데 이렇게 눈치보면서 키워야 되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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